58.모르니까 산다./
모르니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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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고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다
사실의 실체여부 진실과도 관계가 없으며
이것이 곧 절대적인 믿음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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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병이요 모르면 약이다.”라는 역설적인 말이 있다.
하나라도 더 깨우치고 알려고 하는데
“모르는 게 약이다”라니 의아하기도 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일상에서 이 말을 실감한다.
나만 알고 있는 나만의 양심 그 양심이 통하지 않으면 야속하지만
다 들어내어 까발리면 얼굴 들고 다닐 사람이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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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억울하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하는데
그 말도 믿어주지 않는 세상이다.
그렇게 저렇게 알게 모르게 그냥 넘어가는 것이 삶이며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친다.
다 알려지고 밝혀지면 좋을 것 같지만
그러면 세상이 온전할 수 없으며
나는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글쎄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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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파렴치범 기타잡범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지만
세상에 들어나는 것은 빙산에 일각일 것이다.
배우자에 대하여도 지난날의 일이든 현재든 있는 그대로 다 들여다보면
함께 살아갈 부부가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모두가 불순하고 범죄자는 아니며
그냥 그렇게 믿고 모르기에 편안하다.
그래서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것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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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나면 범죄자 파렴치범 양심불량자가 되어
손가락질 받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말 들으면 가슴이 뜨끔 뜨끔하기도 하지만
모른 척 내숭떨며 웃고 넘어간다.
못 믿기에 많은 법들이 만들어지고 감시기관도 많다.
들어나 재제를 받으면 운이 없어 재수 없다며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스런 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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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는 아니더라도 비도덕적인 사례들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경악하고 까무라칠 것이지만
모르기에 편안하게 산다.
간혹 지난일이 들통 나서 파경을 맞기도 하는데
그 생각이 어느 한곳에 머물면 의심증이 된다.
많이 알고 다 아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알 것을 알아야지 쓰잘데기 없는 일에 관심을 두면 집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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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다는 말 정말 무서운 말이다.
여기에 집착하여 완벽을 기하려고 하면 결백증이 된다.
음흉한 생각으로 부끄럽고 음탕함을 탐하면서
겉으로는 품격 높은 말과 행동 그 본성이 언제 들어날지 모르지만
이렇게 마음으로부터 지은 죄도 모르니까 편하게 살아간다.
모든 것을 다 까뒤집어 놓으면 요지경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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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여있으니 눈 덮인 산야처럼 모두가 하얗게 보이지만
가끔은 돌출되어 들어나기도 한다.
그 무더기가 흉물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어 다 들어나면 더한 흉물도 들어 날것이다.
영원히 살수는 없기에 그 날이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온다.
까마귀 검다고 백로야 웃지 말라고 그 속을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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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살이 수없이 까발려 지다보니
많이 아는 것이 고달프기도 하다.
내처지가 빈궁하고 궁상맞으면 믿음을 주기가 어려우니
배우고 익히는 데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삶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선입견은 지울 수 없지만 모르니까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