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어스름 초저녁
어스름 초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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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밤의 어스름한 초저녁
덥지도 춥지도 않아 명상하기 딱 좋은 분위기다.
공원 벤취에 중년의 남녀가 다정히 손을 맞잡고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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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누지 못할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남녀가 불륜의 사랑 이야기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누구를 의식해서인지
저녁인데 쓴글라스도 끼고 옷차림도 말쑥하고
그냥 편하게 산책 나온 것 같지는 않으며 진지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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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집을 나올 때
이런 만남은 아닐 거라며 무슨 핑계를 대고 나왔을까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그렇게 속이고 속는 것이
짜릿한 불륜의 사랑인가 중년의 낭만인가.
배우자가 알면 기절 촉풍할 것이다.
그래서 치정은 물불을 안 가리고 살인도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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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공기 쐬며 다정히 붙어 앉아 정답을 나누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부부라면 기대고 만지는 스킨쉽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텐데
굳이 이런 공원에서 까지 나와서 하다니 보기가 좀 그렇다.
저게 사는 낙이고 맛일까. 그 즐거움이 영원했으면 좋으련만
잘못된 만남은 언젠가는 불행의 씨앗이 되어 괴로움으로 남는다.
그게 업보고 업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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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은 마음이라면 다가올 가을 날씨만큼이나 씁쓸해 진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 서 있는 나무도 누르스럼 연두 빛을 띠며 중년이 되어 간다.
그러다가 붉게 물들어 황홀한 단풍을 만들어 내고
한잎 두잎 떨어져 가랑잎으로 이리저리 딩굴 것인데
중년의 두 남녀의 처지도 다른바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다가올 가을의 즐거움과 쓸쓸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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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날개는 자유다.
마음껏 펼치데 쓸쓸함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곳에 내재된 마음은
더 추악하고 더러운 것일지도 모르는데
단지 들어나지 않고 모르니까
아름다워 보이고 고고한 척 한다.
위선으로 가득 찬 마음을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