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18. 덥다/

초막 2012. 8. 7. 16:19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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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가 절정을 이루드니 마지막 가는 더위도 기승을 부린다.

후덥찌근 텁텁한 날씨에 살갗이 끈적끈적하다.

미지근한 바람이 희미하게 부는둥 마는둥 스쳐지나 간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움직일 때 마다

땀이 흘러내려 여름의 진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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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난 살갗에 파리나 모기가 앉거나

개미나 벌레가 기어오르면 정말 짜증난다.

등줄기에 흐르는 땀은 속옷을 축축하게 한다.

이럴 때 마음의 얼룩진 구석이라도 있으면 더 답답하다.

매미는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울어댄다.

바람결에 건들거리는 갈대도 더위에 몸부림을 친다.

그래도 뿌리는 물밑에 있으니 시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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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왜 상하고 화가 날까.

상대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 그렇다.

자식이든 부모든 배우자든 친인척이든 친구든

그 어떤 누구에게도 뭐가를 기대하는 마음을 버려라.

그 기대가 무너지니까 속도 상하고 서운한 감정이 생긴다.

무조건 잘해주고 희생하고 봉사한다고 생각하면

세상도 편하고 나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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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을 생각하면 참 어렵게 살아온 것 같다.

어찌 보면 내가 더 한심하고 멍청한데

세상()만 탓한 것 같다.

세상이 내게 맞추기는 어려워도 내가 세상에 맞추기는 쉽다.

더위 또한 마음먹기에 따라 별것 아니다.

삶은 나를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면서

나의 아상(결점) 하나하나 태워가는 것이다.

무엇을 죽이고 무엇을 태우는지는 내가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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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내보이고 과시하려고 하지 말자.

감추고 싶다고 감추어지는 것도 아니고

보인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닌 것이 세상인심인데.

세월가면 저절로 얼굴에 나타난다.

여름은 무엇이든 다 열어 제치고 사는 계절이다.

마음의 문도 활짝 열어 제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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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형상)가 있는 것은 언젠가는 다 사라지는 허상인데.

지금 보고 있는 것도 일시적인 것이며 나의 아상이다.

기쁨도 즐거움도 고통도 괴로움도 명예도 권력도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영원하리라 생각하면 나의 착각이고 집착이다.

의심과 불신 미움과 증오 사랑과 믿음 또한 형체가 없는 내 아상인데

나의 아상에 갇혀 나에 대한 일시적인 착각일 뿐 영원하지 않다.

날씨도 덥고 마음도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