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인생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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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낄 때면 아픔의 회한이 밀려온다.
아리까리한 일들 뒤접어 보면 속이 헌 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고 운다고 소리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내 처지가 곤궁하고 힘들어서야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며
그렇지 않고 아무 일 없었다면 그냥 그렇게 지내면서
지금도 그렇게 염치없이 헛된 짓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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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한 마음이 가슴에 서리어 문득 문득 사무쳐온다.
그래도 어찌 하겠는가 이것이 죄 값이고 벌이라면 달게 받아야지
어느 한곳에 집착하지 말고 오래 머물지 말라.
머문다는 것은 썩게 되고 쓸데없는 망상을 가져오며
이상한 방향으로 가며 걱정도 만들어 낸다.
일깨우지 못하는 생각을 아무리 반복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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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관습과 습관이 나를 힘들게 한다.
거기서 깨어나 바로잡는 것이 개혁이고 변화인데 그것이 힘들다.
그냥 현실에 안주하면 도리에 둔감하고
잘못된 길을 가면서도 그것이 잘못인줄 모른다.
어떤 것에 심취하면 즐겁고 행복하다.
종교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면 그래서 편안하다.
사랑 또한 이런 것인데 믿음이 없는 것은 허깨비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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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도 부처님도 사랑도 그 어떤 것이든
한곳에 푹 빠진다면 그것이 최고의 가치인 줄 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렇게 무너지는 인생이 얼마나 많은가.
믿음은 믿음이고 자기 수련은 수련이다
세상을 제 입맛에 맞게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지만
편파적이고 동떨어진 자기 합리화가 되면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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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릇은 작은 그릇을 포용하며 다 담을 수 있는데
원 바탕이 옹졸하면 얼마나 담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사사건건이 부딪치고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렇게 하여 비록 작은 기쁨을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미 큰 것은 잃고 삶은 피폐해져 가는데
가슴을 치며 통곡하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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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가슴 칠 아리까리한 일들
큰 그릇이 되어 다 포용하여 내 그릇에 담자.
아직도 차고 넘친다면 내 그릇을 탓하며 그릇을 키워야 한다.
작은 그릇이 되어 하나하나 따져보면 원망도 생기고 화도난다.
원인은 내가 있어 그런 것인데
머물러 있으면 핑계 찾아 변명하며 합리화 하려고만 한다.
그러면 더 속상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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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아픔의 기억들 지울 수는 없지만
큰 그릇이 되어 담아 낼 수는 있다.
담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하며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은가.
그 생각이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인생은 그렇게 아쉬워하고 후회하면서 사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