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

36.가는 세월

초막 2012. 6. 20. 19:21

 

가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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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한해가 가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찾아왔다.

몇 년 지나면 회갑이라는 달갑지 않은 문턱에 다다르게 되는데

나에게도 1020대가 있었던가. 당시는 무슨 생각하고 살았을까.

덧없는 세월이라 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그때는 무엇을 했기에

이제서야 세월을 탓 하는가 염치도 없고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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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매년 한 클릭 식 뒤로 물러나는데

가는 세월 교훈 삶아 한 클릭만 물러서 생각 했더라면

삶은 확 달라졌을 텐데 더 조이려고만 했으니 숨통이 막혀 온다.

지금의 50대도 지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로다.

그러다가 더 이상 물러 날 곳이 없으면 끝장이다.

이런 궁상맞은 생각은 누구나 다 아는 자연의 순리 아닌가.

매년 찾아오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수없이 겪었지만

올해도 무지하게 덥고 춥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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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의 한해도 수해로 홍수의 피해도 없으면 좋겠다.

재해로 고사된 가로도 있지만 자연의 시련을 이겨내고

꾸굳하게 서 있는 검푸른 저 가로수가 부럽다.

나무를 보면서 삶을 보면서 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 그늘아래 시원한 벤취에 앉아 있노라면

오만가지 풍상이 떠오른다.

그 망상을 깨우려고 하는지 가끔은 벌레가 와서 물기도 하며

물리면 엄청 따갑고 벌겁게 부풀은 피부는 며칠을 두고 화끈 거린다.

나뭇잎 사이로 파고드는 뙤약볕마저 막아 줄 수는 없을까.

파고드는 뙤약볕도 벌레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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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도 벌레도 너도 나도 가는 세월 속에 묻힐 것인데.

왜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귀찮게 할까.

그래도 귀찮은 상대가 있기에 너도 있고 나도 있지 않는가.

날로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세상

걱정스럽게 보면 골치가 찌근찌근 아파오지만

편하게 생각하면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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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추고 겸손하면 누구도 나를 탓하지 않는다.

그것도 힘 있고 능력 있을 때 해야지

빛을 잃고 나면 궁상맞고 무의미 하다.

수행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더 낮추고 겸손하며

바닥인생을 체험 하는 것이다.

그래야 가는 세월의 묘미를 느끼며 나를 알게 된다.

그 의미를 못 느끼니 내가 초라해 보이고 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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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어딘가 필요가 있을 텐데

그러니 하찮은 존재지만 어딘가는 나도 필요할 것이다.

그 곳이 어디인지 똑바로 찾아보자.

내 자리 메김 잘못하여 번지수를 잘못 짚으면 곤란하다.

오는 세월 막고 가는 세월 붙잡을 자. 누구인가??

그냥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사라지는데

나도 그렇게 실려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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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실려 가는 그날까지 위만 쳐다보지 말고

앞도 뒤도 옆도 생각하며 내려다보기도 하자.

오늘이 가면 오늘은 다시 오지 않으며 내일이 온다.

이렇게 가는 세월 거스를 장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