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무표정/
무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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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 저마다 가슴 아픔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그래서 길거리 표정도 전철 안 표정도 무표정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상만사 천태만상의 삶의 풍경은
더 많이 가지고 좀 더 편하게 살려고 하지요
그러는데서 만족하지 못하는 내 고집과 욕심,
쓰잘데기 없는 걱정이 만들어 내는 표정(무표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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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오늘도 세상에는 불행한 사건 사고들이 연이어 일어납니다.
그럴 때 마다 당사자들은 절규하고 절망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세월가면 잊어집니다.
그래도 무표정한 표정마저 지울 수는 없지요.
표정이 없다보니 마음이 즐거울 리 없고
매사가 짜증스럽고 괴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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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면 아무리 다짐을 해도
그 괴로움은 지울 수가 없나 봅니다.
삶 자체가 고행이고 수행이라 했거늘
역설적으로 그 자체를 즐긴다면
무표정한 표정도 밝게 펴 질것입니다.
갈고 닦으면 언젠가는 윤이 나듯이
그렇게 저렇게 견뎌내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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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병이요 모르면 약이라고 했던가요.
알아서 괴로움은 몰라서 답답함보다
훨씬 더 괴롭고 힘들게 만듭니다.
이럴 때면 어떤 충고도 글귀도 세상이 귀찮아 집니다.
내 못나고 어리석으면 그렇게 되나 봅니다.
나에게 박힌 아픔은 잊지 못하면서
내가 남에게 박은 아픔은 얼마나 생각해 보았는지.
내 아픔이 절박해서야 느끼는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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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르지 못하면서 내 인연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 또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요.
괴로움도 아품도 하늘의 뜻이라면 고이 받아 들여야지요.
괴로움과 원망을 내 탓으로 돌리면 마음이 편한데
남 탓으로 돌리면 열 받고 점점 더 괴로워지며
그렇다고 해결될 것도 후련함도 없습니다.
주변 환경 탓 남 탓하면서 불만을 쌓아 왔지만
정작 자신이 변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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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이라고 더운 가운데서 시원함을 느끼듯이
괴로움(아품)이 진정 나의 것으로 승화되면
괴로움 속에서도 허우로움을 느낍니다.
그 맛의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나 봅니다.
아픔은 내 것이 가장 절박하지만
나보다 더 절박한 사람들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