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봄바람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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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에 흰 구름 살짝 덮힌 어느 봄날 오후
몇 시간 후면 비라도 쏟아질 듯한 나지막한 저기압
사방은 조용하고 지나가는 차량 소리 더 멀리 퍼집니다.
희스므레한 하늘에서 내리쬐는 봄빛이 따갑습니다
나른한 몸은 누워면 금방 잠이라도 쏟아질 듯 축축 쳐집니다.
공원 나무 그늘 벤치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즐기며.
돗자리 깔고 아예 잠을 청하는 사람들
뭔가 맛나게 먹는 사람들
소주잔인 듯 잔을 주고받는 사람들 등등...............
저마다 봄을 만끽하며 한가한 오후를 즐깁니다.
봄기운은 많은 사람들을 밖으로 내모나 봅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는 이렇게 북적이는데
땡 양지 벤치는 찾는 이 없어 나 홀로 쓸쓸한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몇 달 전만 하여도 양지 찾아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어쩌면 저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는 늙은이 처지와 같구려
저 늙은이도 한때는 청춘이 있었고 화려한 봄날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져 쓸쓸하게만 보입니다
양지라고 항상 양지는 아니고
음지라고 항상 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꼭 볕이 있어 양지이고 그늘이 있어 음지는 아닙니다
때가 되면 양지가 음지 될 때도 있고
음지가 양지 될 때도 있나 봅니다
그 양지 쫓아서 겨우내 껴입었던 옷 훌러덩 벗어 던지고
봄바람 난 여인네는 야실구리한 봄옷 걸치고
뽀시시한 하얀 속살 들어내며 엉덩이 살랑거립니다.
바람이라도 확 불어와 나풀거리는 짧은 치맛자락
확 거더 올리면 얼마나 시원스러울까요.
봄기운 깊숙이 스며들어 물이 오르면
나무에는 움이 트고 봄 처녀 엉덩이도 덜석거립니다.
불어오는 봄바람 파고드는 꽃 바람을 누가 막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