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20. 추석날 오후

초막 2011. 11. 26. 11:52

 

추석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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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날씨는 흐릿하고 대부분 고향으로 내려가서

1,500여 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는 조용했다

평상시 번질나게 드나들던 차량도 어쩌다 한두 대 드나들 뿐

텅텅 빈 아파트 주차장은 썰렁함을 넘어 적막감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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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나무밑 벤치에는 반백이 된 희끗희끗한 머리

주름살 자글자글한 노부부가 서로 대화도 없이

머리를 푹 숙이고 바닥만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표정 같기도 한데

그렇게 몇 시간을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해가 기울자

닭장 같은 아파트로 들어간다.

추석날 이런 풍경을 보니 얼마나 서글프고 청승맞든지

표정이 하도 굳어 있어 무어라 말 붙이기도 어려웠다.

그분들도 자식이나 친인척들이 있을 텐데

속사정을 모르니 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명절이지만 집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가끔 공원에 나가 보면 이런 모습들을 가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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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먼저 말 건네 사정을 물어보기도 그렇고

잘못 이야기 했다가는 나만 이상한 사람 된다.

바쁜 사람은 무지하게 바쁜데

한가한 사람은 무척 외롭다.

그래서 군중 속에 고독이라 했던가.

지금은 이런 사이버 공간이라도 있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할 수 있는데

예전 노인들은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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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다루는 것도 알고 보면 별것 아니지만

연세 높은 노인 분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 들어도 자기 나름대로 개똥철학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이런 사이버 공간에서 그나마 대화가 통한다.

그러면 좀 덜 외로울 것 같은데 보기가 안타까울 때가 있다.

지금 노인인구가 10%대라 하던데 앞으로 2020년도쯤 가면

20%를 넘어서 증가율이 급속도로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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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쯤 가면 나도 그 중심에 있을 텐데

지금 보는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가을과 노인 뭔가 공통점이 있고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