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사랑방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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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시골 사랑방 생각이 나서 어렸을 때
저의 시골집 사랑방 이야기를 해 보렵니다
3대가 한집에 사는 대가족인 저의 집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형이 함께 사용하는 행랑채가 사랑방 이였으며
난방은 소여물을 끓이면서 사랑방은 항상 절절 끓었지요
그래서 겨울이면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밤늦도록 노시곤 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할머니와 형은 동네 나들이를 갔다가 밤이 깊어야 돌아오지요
그러든 어느 날 그날도 할아버지들이 약주와 밤참까지 드시고
밤늦도록 노시다가 가셨는데
윗동네에 사시는 윤수할아버지는 약주에 취하여 졸고 계시기에
할아버지는 이불을 덮어주며 누워있게 하고 그만 함께 잠이 들었습니다
윤수할아버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방이 식어오자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쓰고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이때 동네 놀려갔다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두사람이 누워있는 것을 할아버지와 형이 자는 줄 알고
옷을 벗고 호롱불을 끄고 그 옆에 누워 더듬그리면서
윤수할아버지 배를 툭툭치면서 "기팔아 (형이름) 야 옷 벗고 자야지" 하며
몇 번을 깨웠으나 술에 취한 윤수할아버는 전혀 반응이 없자
할머니도 형이 깊이 잠 들었는줄 알고 그 옆에서 그냥 잠을 잤으며
새벽녘이 되여 할머니는 불도 안켜고 방 윗목에 있는 요강으로 가서
거시기(소변)를 마음 놓고 보았는데
윤수할아버지는 거시기 보는 소리에 깨셨는지
할머니가 볼일을 다 보고 눕자마자
살며시 일어나서 그냥 집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이때까지도 할머니는 컴컴한 새벽에 밖으로 나가는 윤수할아버지를 알아 보지 못하고
기팔(형 이름)아 "야 너 지금 어디 가는 거냐"고 부르며
"오줌누려면 윗목에 요강 있다"며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말렸으나
이 소리에도 황당한 윤수할아버지는 묵묵 부답이였으니
할머니는 형이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가
한참을 지나도 형이 돌아오지 않자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우며
“여보 기팔이가 밖으로 나갔는데 왜 안들어오지요”하며 형을 걱정 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길레 새벽에 어디를 갔다고 그래
그런데 윤수할아버지는 언제 집으로 가셨나 임자 올 때 못봤나"하고 뒈 묻자
할머니는"밤 늦게 왔는데 기팔이와 당신 둘이서만 이불 덮어쓰고 자고있던데요"
"나오기 전에 가셨나 보지요"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걱정스럽게 누워 있다가 날이 밝아오자
할아버지가 소여물을 끓이기 위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때 형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자
할아버지는형을 보고 "너는 자다가 새벽에 나갔다며 어디 갔다 오는 거냐"하고 묻자
"어제 밤늦게까지 불이 켜 있길레 용덕이네 집에서 자고 오는 거예요“
“건데 누가 나갔다고 그려셔요"하자
방에서 듣고 계시던 할머니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그제서야 어제저녁 상황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 차리고
방문을 화들짝 열면서"그럼 너 어제 저녁 우리집에서 안 잤단 말이냐" 고 묻자
모두들 어리둥절해 했고, 한참을 생각하시던 할아버지가
잠시후 "새벽에 나간 사람은 기팔이가 아니고 윤수할아버지가 자다가 가신 거야"
그러자 할머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손벽을 크게 치며 탄식을 하면서
"아이고 우야꼬 나는 그것도 모르고 배를 툭툭 건들였는데 아이고 망측스러버라"하며
방문을 열어 놓고 대성통탄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였습니다.
지금은 모두들 안 계시지만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서 그때를 야기하면
이제는 모두들 하늘나라에서 크게 웃으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