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67. 無知(무지)

초막 2011. 10. 5. 16:26

無知(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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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암 덩어리가 커 가는지 거시기가 자라는지 모르니까

술도 먹고 담배도 피고 바람도 피고 엉뚱한 짓거리하며

희희낙락 내하고 싶은 대로 세상마구 살다가

이상 징후 나타나 청청벽력 같은 절망적인 소리에 아찔합니다.

사전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전에 자신을 깨달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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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맞선볼 때 서로 과거를 모르니까 시치미 딱 떼고서

요조숙녀 되고 근엄한 신사되어 한껏 과시하지만

까놓고 보면 추잡하기 짝이 없고 기절하여 뒤접어 질 것인데

모르니까 이 세상 왕자를 만난 듯 공주를 만난 듯 꿈속으로 들어갑니다.

해가 갈수록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지난날의 본색이 슬슬 들어나면서

그때의 끼를 맘껏 발휘하며 또 휘 젖고 다닙니다.

그러나 알면 불행, 모르면 행복. 그렇게 한세상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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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알아서 좋은 것도 있고 몰라서 좋은 것도 있는데

알 것은 알려고 하지 않고 덮어두어야 할 것은 더 많이 알려고 합니다.

깨끗한 그릇에 깨끗한 것이 담기고 추잡한 그릇에 추잡한 것이 담깁니다.

다 알면 병이 되는데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주위에서 손가락질 하는 것도 모르고 모르니까 희희 낙락하지요.

모르는 것 보다 더 위험한 것은 불신(의심)입니다.

모르니까 의심이 생기지만 너무 깊이 다 알려고 하면 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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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되고 싶습니다. 진짜 바보,

바보 같은 생각 바보 같은 행동을 하면서 바보가 아닌 척 하려니 괴롭습니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바보가 되어 사는 것이 세상살이인데

알아서 무엇 하랴 정작 알아야 할 나 자신은 모르면서

남을 알려고 하니 의심이 생기고 가짜 바보가 되나 봅니다.

모르는 것 보다 더 편한 것은 없습니다.

바보는 모르니까 그래서 바보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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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또한 모른다고 생각하니 뇌물도 주고받고 정(불륜)도 주고받지요.

안다고 생각하면 그러지 않겠지요. 그래서 가짜 멍청이 바보가 되나봅니다.

세상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조용하지요.

모르며 다 알면 발칵 뒤접어 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알 것은 알아야 하는데

알고 나면 속상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원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을 삭이고 가야지 다 따지려고 하면

화병 나서 제명에 가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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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굴렀는데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고 운명은 나뉘는데

그 운명을 누가 알며 여기는 신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신의 영역이든 사람의 영력이든 모르는 것은

감나무에 까치밥 남겨두듯 남겨두어야 까치도 살고 나도 삽니다.

그것 다 따 먹으려다가 사달이 벌어지곤 하지요.

주변에는 모르는 영역이 너무 많은데 자꾸 알려고 하니

골치가 아픈데 그르려니 하고 살아갑시다.

어떻게 살아가든 팔자대로 가는데

알려고 하지 않으니 답답하지만 마음은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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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곧 착각 속에서 살아가나 봅니다.

병원가면 세상이 온통 환자들만 있는 것 같고

시장가면 장사꾼만 있는 것 같습니다.

걱정과 고민은 몰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알려고 하는데서 생겨나지요.

천부석은 천가지 걱정, 만부석은 만가지 걱정

많이 알고 많이 가지면 근심걱정도 그만큼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