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인내
기다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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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 해 놓고 급하다고 수확할 수는 없다
일정시간(기간)을 기다려야 알찬 열매를 맺고 조숙하면 쭉쟁이만
꽃도 겨울을 나고 움을 트고 새싹이 돋아나야 모습을 들어냅니다.
일상생활도 기다림의 연속이다
차시간 5분을 기다리며 수없이 시계를 본다
연착하면 짜증, 지루함은 배가 되지만
그래도 기다려야지 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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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료 대기실의 많은 환자들
앞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꾸물대면 답답하고 조급증이 납니다.
정작 내 차례가 오면 조금 전의 생각은 잊고
온갖 것 다물어 보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요
뒷사람의 기다림의 배려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렇게 입원하여 수술한다고 바로 일상으로 돌아 올 수 없고
일정시간 지나 수술부위가 아물고 재활을 거쳐야 생활을 합니다.
이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관리 소홀하면 재발하여 다시 입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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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남녀가 처음 만나 불꽃이 튀고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바로 작업들어가려고 하면 꼬디겨도 꽈당탕입니다.
서먹 서먹 어색하여도 정들어 분위기 무르익으면
소극적인 쪽이 더 적극적이며
벗지 말라 하여도 홀라당 훌러덩 다 벗어 제칩니다.
기다리고 때가되면 열릴 것은 열리고
떨어질 것은 떨어져 나갑니다.
기다림은 인내가 필요하며 지혜로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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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같이 놀러가다가 중간에 차 잠간 세워두고
함흥차사일 때 짜증나고 속이 뒤 접어졌는데
내용을 알고 나니 더욱 황당하였지만 그래도 참아야 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퇴짜 맞고 허탕 쳤을 때
밀려오는 허무감은 기다림의 저주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불특정한 미래를 약속하며(바라보며)
기다림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지치기도 하고
약속이 이루어지면 기뻐하고 꽝이면 우울해 집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희망이고 결과는 희비가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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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신호대기 할 때 상대방의 신호는 길게 느껴진다.
신호 받아 가는데 앞차가 꾸물대어 정지 신호에 걸리면
짜증 왕따고 그대로 확 들이박고 싶지만
참아야 하고 다음신호를 기다려야 하지요
내속 못 이기면 나만 손해. 별수 있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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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급한 조급증보다 한발 물러서서 기다리는 지혜
그 지혜를 얻고져 배우고 닦으며 자신을 조절해 가지요.
결국 자신과의 싸움 기다림의 미학에서 찾을 수 있는데
될 때로 돼 라는 식의 무관심의 기다림은 미련한 짓입니다.
기다림도 관심을 갖고 사랑을 베풀어야 좋은 결실을 맺지요.
백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고
오르고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세상엔 안 되는 일이 왜 그리 많은지
기다림과 인내의 한계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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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는 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는데
그 기다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지난날의 어려움을 극복한 책도 방송도 종종 봅니다.
기다림이 없거나 희미해 질 때 희망이 없다고 하지요
조그마한 것이라도 관심을 갖고 보면 기다림이 생기고
그 기다림이 곧 희망이며 즐거움을 줍니다.
그래서 감방이나 병실 창틀사이로 들어오는
한줄기의 빛이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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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이 끼어들고 의심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면
조급증이 생겨 기다릴 수 없습니다.
누구나 마지막 종착역을 기다리며 가는데
즐거움도 있고 괴로움도 있지요
그러면서 누구는 즐거워하고 누구는 괴로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