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화두
우리 나라 선(禪)에 있어서 화두는 가장 큰 방편이다.
화두를 떠나서는 우리의 선(禪)을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스님들이 화두로 공부를 하고 있다.
이 뭐꼬로 시작해서 이 뭐꼬로 끝나는 화두.
화두는 주인공 자리를 찾아드는 것이다.
그것은 고요히 비춰지며 은은하게 드러나지는 것이다.
보름달이 대지를 은은히 비추는 것처럼,
마음이 밖으로 움직이는 경계를 안으로 끌어들여,
자신을 고요히 비추는 것이지 그것을 찾아보려는 집착이 아니다.
화두는 그것을 분석하고 찾는 것이 아니라,
단지 화두에다 마음을 붙드는 것일 뿐
은은함 속에서 자신을 비추어볼뿐
집착하여 다시 화두에 끄달리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소리가 자기에게 걸리지 않고 지나가게 하라.
몸과 마음에 저항과 반발심이 있으면 주위소리가 자기에게 걸린다.
주위의 상황을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들으면서
느껴지는 대로 느끼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돌이켜 느껴보라.
이러한 화두(자아탐구),
이 뭐꼬가 잘되면 마음에 걸림이 없게 되고
주위 상황에의 감각이 깨어나
온 세상에 무게가 없어지면서 온 누리가 투명하고
은은한 밝은 빛속에 있는 소리이자 영상으로 느껴지게 된다.
세계와 나 자신은 보석처럼 빛난다.
감각하고 의식하고 행동하는 나 자신을 늘 돌이켜 느껴 봄으로써
지켜봄이 저절로 일어난다.
감각, 의식, 행동하는 나 자신이란 느낌
즉, 나 있음(I-am)의 느낌 내지 나란 느낌을 깊이 느껴 보면 볼수록,
그 나란 느낌은 점점 더 투명해지고 엷어지면서 녹아가고
거기에 비례해서 주위 정황을 더욱더 보석처럼,
가을하늘처럼 선명하게 드러난다.
(깊은)생각에 잠겨 있을 때도,
생각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은은히 끊이지 않고 느끼면서 생각하라.
무술이나 육체노동을 할 때도,
몸을 움직이면서 그 움직이고 있는 나를 깊이 느끼면서 하라.
우리들은 홍수처럼 밀려드는 정보가 삶의 지혜인양
위장된 관념과 신념속에서 긴장되고 굳어져 버린 자화상을
실체의 자신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너무도 많은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들...........
화두는 살아 생동한다. 죽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무게(관념,신념,사념)가 화두라는 거대한 용광로 안으로
하나,둘씩소멸되어 갈수록 삶의 무게는 가벼워질 것이다
화두란, 은은히 자신을 반추하여 비추어보는 것.
그 자체 그것이 화두이다. 화두가 집착이 되어서는 안된다.
화두는 깨뜨리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화두는 우리의 무게 그 관념을 내려놓게 하기 위한 관법이다.
화두는 외부의 짐을 벗어놓고,
내부로 들어가서 은은히 비추어 보는 관법이다.
화두에 있어서 답을 정의 내려서는 아니된다.
내가 누군지 답을 찾으면 그곳에 또 의문이 있지 않겠는가.
단지 이 좋은 방편을 이용하여 우리의 무게를 벗어버리고
자유, Buddha, 평등의 날개를 달아 가을하늘을 유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