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생활

95. 체면/

초막 2010. 8. 9. 11:38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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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가 떨어뜨렸을 때 바닥도 깨끗하고 보는 사람이 없으면

버리기가 아까워 얼른 주워서 먹는다.

주위에 보는 사람이 있으면 체면치레 때문에

버리기 좀 아깝지만 깔끔을 떨며 그대로 버린다.

이런 경험 한 두번은 있을 것이다.

없다면 그 사람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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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분석하면 아주 미세한 세균이나 먼지가 있겠지만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설령 떨어진 음식에 균이나 먼지가 묻었다 하더라도

그것 먹고 위생에 문제가 되거나 탈이 나지 않는다.

만약 탈이 난다면 음식 보다 그 사람의 건강이 더 문제다.

어디 바닥에 덜어진 음식만 그럴까 이런 일은 비일비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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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알사탕을 먹다가 흘리면 주워서 물에 씻어 먹지만

친구가 보면 속으로 아깝지만 객끼를 부려 발로 짓이긴다.

부조 5만원 하자니 좀 그렇고 10만원 하자니 부담되고

갈등이 생길 때 모르겠다하고 모르는 척 그냥 넘어 갔다.

다음에 만나면 진짜 모르는 것처럼 내숭을 떨며 안타까워한다.

이처럼 체면은 비겁하게 양심불량자로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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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렇게 쇼를 잘해야 체면치레도 하고

절간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양심은 속일 수 없는 법

마음의 양심은 5만원 10만원 값어치보다 더 아플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며

돈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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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다보면 그게 어디 그런가.

체면 때문에 갈등을 느낄 때가 참 많다.

오라하기는 하는데 가자니 그렇고

안 가자니 체면이 아니고 이럴 땐 핑계가 최고다.

그것도 자주 써 먹으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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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속내 털어 놓을 사람이 친구다.

다 털어 놓는데 육체라고 뭐 못 보여줄 것이 있겠는가.

그래서 친구라도 남녀는 서로 유별(有別)난 것이며

속내를 다 들어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다.

남자와 여자 그래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던가.

친한 친구가 되어 보여줄 것 안 보여줄 것 다 보여주면서

불륜이 되어 상처받고 나면 체면이고 뭐고 다 무너진다.

이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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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어느 정도 뻔뻔해 지고 체면보다는 실리를 찾는다.

고향친구들은 철없던 시절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서 거기 친구들 간 분별심이 없고.

체면치레 없는 무공해 친구들이기에 가장 만만하다.

사회친구들은 교분이 있는 이해타산적인 만남이기에

체면으로 얽혀있어 약간의 흠이라도 나면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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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친구들 치고 박고 싸우면서 흠집도 많이 났지만

어렸을 때 무공해였기에 상처가 되지 않는다.

흠집이 많으면 많을수록 결집력은 단단하다.

체면치레가 아닌 무공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