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고비/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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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마개)을 열려고 힘을 써도 잘 안 열릴 때가 있다..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천으로 감싸서 돌리니
어느 순간 맥없이 확 풀린다.
안 열릴 때나 열릴 때나 힘의 차이는 나지 않는 것 같은데
순간 모아지는 미세한 힘의 차이가 열수도 못 열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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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이런 논리가 적용될 때가 많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시험을 보아왔다.
그럴 때 마다 가슴 조이게 하는 결과들
큰 시험에서는 당락이 진로를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당락의 차이는 미미하고
적은 점수를 받은 자가 더 실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운이라는 말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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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당시에 붙은자는 천하를 얻은 것 같고
떨어진 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지나고 나서 지나온 날들을 길게 바라보면
그 시험 하나가 인생을 좌지우지 한 게 아니라
내가 목매였을 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목매여 한 것이 어디 시험뿐이랴
선택의 매 순간마다 이렇게 여유없이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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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눈에 보이는 실체적인 사실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차이는 어떠한가.
가시적으로 들어나지는 않지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조그마한 마음씀씀이 하나하나가 모여서 가치관이 되고
일상생활이 되어 운명도 만들고 행복도 불행도 만든다.
미세한 차이의 고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넘기냐에 따라
삶을 성공 실패 부자 가난 잘 난자 못 난자 행복 불행 등등
이분법적으로 수도 없이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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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기점 기로에 섰을 때를 삶의 고비라고 한다.
고비를 잘 참아야 하고 잘 넘겨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기도 하고
참지 못하여 폭발하기도 한다.
그러면 떨어지는 당사자는 자신이고
파편도 터뜨린 자신에게 먼져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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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노라면 많은 감정의 고비들이 놓여있다.
이별 눈물 사랑 분노 기쁨 탄식 증오 기타등등
그동안 그 고비들을 어떻게 넘겼는가.
넘지 못하고 주저 않은 것도 있고 슬기롭게 극복한 것도 있다.
지나고나면 다 부질없고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는 참 미련하고 한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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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비마다 맺힌 사연 불행하면 눈물이 되고
행복하면 아름다운 전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