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고향과 학교/
고향과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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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를 하면 학교 다니던 시절을 떼 놓을 수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줄어들거나 폐교가 되었지만 동창회는 더 활성화 됩니다.
지난시절 비오는 날 시골 초등학교로 가는 등교 길 풍경
비닐우산 하나에 2-3명이 같이 쓰고 가기도 하고
비료부대 한쪽을 접어 고깔을 만들어 쓰고 가다보면
도로를 가로지르는 개울가 시뻘건 황토물이 콸콸거리며 흐르는데
혹시 신발 떠내려갈까 싶어 아예 고무신을 벗어 들고
세찬 물줄기 무릎까지 찰 때면 겁이 나지만 .
누나 언니 오빠 형들 손잡고 조심조심 건넜지요.
바람이라도 휙 불면 옷이며 책보자기 비에 젖습니다.
비닐우산 위로 톡톡 튀기며 쪼르르 흐르는 빗방울
그 정겨움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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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4층) 옥상에서 내려다본 시내는 학생들로 가득 메워지고
변방에 있는 마을로 통하는 길도 학생들로 장사진입니다.
자전거 통학생이 많아 학교마다 자전거 보관소가 있고
등하교시에 학교 앞 자전거점은 북쇠통입니다.
복잡한 버스 통학생들은 짐짝이 되어 밟히고 찍기고
기차통학도 통학반장을 뽑아 질서를 유지할 정도로 넘쳐났습니다.
이런 기억이 어저께 같은데 벌써 3-40년 전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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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어느지역 연간 출생자는 500명이 안되는데 사망자는 800명을 넘어 섰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갈수록 격차가 심화될 것 같은데
이러다간 시.군 소재지 외에 있는 학교는 존립이 흔들릴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는 많이 폐교되고 중학교도 몇몇 학교는 문을 닫았고
고등학교도 시.군 소재지 외 지역에서 얼마나 버틸지 의문입니다.
예전에는 몇 십리 길을 자전거로 통학하고
먼 거리는 자취나 하숙을 하였지요.
즉 시.군소재지에 있는 학교로 대거 몰려들었는데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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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소재지 외에 살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지역 유지분들
그리고 지역 관공서나 학교에 근무하사는 분들
자식이나 손자를 그 지역 학교에 보내는 분들이 몇이나 될까요.
하지만 지역 발전을 위하여 우리학교만은 있어야 한다고 외칩니다.
시.군 외곽 지역의 관공서나 학교에 근무하지만 생활지역은 소재지입니다.
시.군 소제지외 지역은 소재지 사람들의 일터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농촌지역은 대도시 사람들의 일자리로 전락 합니다.
이를 막으려면 교육의 중요성과 혁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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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로 홍보하고 시험때 지역연고제 채택으로 쇄국책도 쓰지만
이런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효과가 미약하고 교육이 관건입니다.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펼쳐 나가라고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하였지만
선거 때 보면 이런 정책적인 대안이나 고민보다는
자리싸움 감투싸움 기 싸움으로 흐르지는 않았는지??
진짜 애향자는 그 지역에 살면서 그 지역 학교 보내는 분들입니다.
어느 지역에 살건 교육의 기회 균등은 이루어져야 하며
현실적인 대안 없이 돈 없어 공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는
선거철 말로만 하는 정치적 구호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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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도시로 나가 큰 학교를 다니고 싶지만
여건상 고향에서만 공부해야하는 기회의 불균등을 없애야 합니다.
큰 학교가 시설 전문성 등등 아무래도 나을 수밖에 없고
공부라는 게 주변 환경이나 친구들이 끼치는 영향도 큽니다.
예전 서울의 명문이 사라지고 수준의 평균화가 이루어 진 것처럼
지금의 중학교는 하나로 묶어 시.군 소재지에서 다 같이 공부한다면
이것이 실질적인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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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은 몰라도 중학생이면 부모와 떨어져도 괜찮을 것 같고
소요되는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해주어야 실질적인 평등입니다.
지금처럼 시.군소재지 외 지역은 교육환경이 열악하여
교육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시골로 안 가는 것이지요.
중학교는 이렇게 통합하여 학교명까지 없애야지
지금처럼 가면 시.군 소재지 학교 출신이 8-90% 차지하며
학연 지연 혈연을 없애자고 하지만 인위적으로 할 수 없으며
이런 역사가 오래되면 지역 토착세력을 형성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엷게 나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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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경제적 논리로 풀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학생을 명분으로 방만하게 운영되면 자리보존의 수단이 되고
학생들의 수준도 큰 학교와 비교가 됩니다.
현실은 도시로 빠져나가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지만 저 출산 탓만 합니다.
시.군 소재지와 외곽지역간의 인구대비 학생비율은 엄청 차이가 납니다.
이는 곧 학생들이 상당수 빠져 나간 것이며 막을 수도 없습니다.
앞으로 학생이 줄어들면 선생님 실업걱정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무슨 교육이 선생님들의 생계수단으로 전락한다는 말입니까
그러기 전에 혁신과 조직개편으로 막아야 하지만 난간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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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무상급식이니 뭐니하며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진짜 서민을 생각한다면 이런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실질적인 조직개편만 잘한다면 오히려 예산이 적게 들어 갈수도 있지만
당장 자리가 줄어드는 교육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래서 개혁이 혁명보다도 어렵다고 하지요.
시골에서 자란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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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효율적인 행정조직 개편을 한다고 하는데
정치권과 공무원들의 이해타산에 직면한다면
과연 얼마나 효율적일지 글쎄요??
스님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듯이
스스로 자기 살을 도려내는 개혁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