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 2010. 6. 21. 18:15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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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시원한 그늘 아래 자리 잡기는 치열하다,

한적한 나무 그늘 벤취에 앉아 뭔가를 끌쩍이고 있는데

누군가 옆으로 와 갑자기 털석 앉는데

깜짝 놀라 응급결에 고개를 들어보니

60대 초반 험상궂은 얼굴의 영감님이시다.

할 말은 없고 민구스러버서 먼저 안녕하세요. 했드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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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말없이 그렇게 같은 의자에 앉아 있는데

신발을 신은체로 의자 끝에 발을 걸쳐 쪼구려 앉아 담배를 피운다.

은근히 화가 나며 공중도덕이 한마디로 빵떡이다

그러나 어른이시라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때 방귀가 나오려고 한다.

에따 잘되었다 싶어 모른척하고 엉덩이를 약간 들고 뿌붕하니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내방기지만 나도 민구스럽다.

그때서야 일어나서 줄행랑치듯 가버린다.

가면서 속으로 버릇없는 놈이라고 욕을 했을 것 같은데

대우를 받으려면 자기 행동부터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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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리를 옮겨 돌로 경계석을 만들어 놓은 곳

거기 그늘아래 앉아 이런 야기를 쓰고 있는데

얼굴이 가리게 창을 길게 하여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공공근로 하시는 중년의 아줌마가 많은 그늘중에 하필이면

바로 옆 경계석 돌에 앉아 다른 곳을 응시하며 휴식을 취한다.

너무 가까운 거리라 아줌마 흉을 보는듯한 이런 글이 읽혀 질까봐

요번에는 내가 먼저 자리를 떳다. 대담하고 용감한 아줌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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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시간에도 자리 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상하는데

평생 밥통이 걸린 자리라면 물불을 안가 릴 것 같으며

그 자리를 잃어버렸을 때는 피눈물이 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한 자리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언젠가는 누구에게 물려주고 비워주어야 한다.

그래서 권불 10년이라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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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자리는 마지막에 딱 한자리 있다.

그 자리는 너무 슬프다.